2013. 3/22_세상은 요지경을 통해

최근 신신애씨가 부른 '세상은 요지경'을 찾아 들었다. 어릴적 텔레비젼을 통해 보던 가요무대류의 방송에서 기억하는 노래 중 하나인데 당시 히트곡이어서 그렇기도 하갰지만 신신애씨의 목소리가 아주 요지경해서 그 목소리로 부르는 짜가 짜가가 몹시 인상깊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사는 이러하다.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
야이야이 야들아 내 말 좀 들어라 /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인생 살면 칠팔 십년 화살 같이 속히 간다 / 정신 차려라 요지경에 빠진다
싱글 벙글 싱글 벙글 도련님 세상 / 방실 방실 방실 방실 아가씨 세상
영감 상투 삐뚤어지고 / 할멈신발 도망 갔네 허
요지경은 속에 그림필름이 장착되어 볼록렌즈를 통해 확대해 볼 수 있는 장치를 말한다. 관광지에서 주로 판매하던 플라스틱 카메라모양의, 버튼을 누를때마다 뷰파인더를 통해 사진이 바뀌는 그런 장난감. 그리고 이해불가한 일이 벌어지는 세상을 칭할 때 쓰인다. 이해불가 세상을 말하는 요지경을 생각하면 나는 요지경의 발음을 늘려
요 지경-요런 지경-이러한 지경을 상상하고
그러한 상상에 신신애씨의 노래가 더해져서 내게 세상이라 함은 '짜가가 판치고 있는 지경'의 줄임말이 되곤 했었다. 그러면 이어서 괴로운 기분이 들곤 했는데 세 가지 이유로 요약해 볼 수 있다. 노래 가사에서 세상에 짜가가 판을 친다는 것은
1오리지널을 보기 힘듦에 대한 개탄일까,
2이미 너무 많은 것들이 나와 무얼 해도 짝퉁이 되기 쉬움을 개탄일까,
3아니면 오리지널이 대우받지 못함을, 짜가라도 자본이 있다면 오리지널의 대우를 받음에 대한 개탄일까. 하는 것이다.
 
앞서 글머리에서 최근에 신신애씨의 노래를 찾아 들었다며 얘기를 시작했는데 그것이 사실 2012년 12월즈음이다. 글을 마무리 짓는 지금이 벌써 2013년 3월로 4개월여의 간극이 생겼다. 그래서 글의 방향도 크게 바뀌었다. 앞서의 괴로운 기분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기 때문.
1, 세상에 판치는 것은 짜가일 수 뿐이 없다. 오리지널은 원천이기에 순수한 드묾 자체이다.
2, 내가 하려는 거 이미 다른 사람이 다 했다라는 탄식인데, 오리지널이기위해 무언가를 하려하는 태도자체의 문제라고 일단락.
3에 대해선 인정했대도 통탄스러운 사실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리지널을 원한다고 하지만 감식안이 부족하거나 시간이 부족하여, 오리지널을 소개 혹은 제시 받는다. 그들이 제시받는 쉬운 통로는 자본이 번쩍번쩍하게 닦아 놓았으므로 자본이 소개하고 제시하는 것을 오리지널로 여길 수 뿐 없다. 그러니 자본이 없는 오리지널의 원천자는 자기만족만이 약속된 대가이며, 고로 자족하는 도를 닦거나 아니면 유유상종무리에게 위로를 받거나 자기가 착각중인가 하며 괴로워하거나. 오리지널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삶에 있어서도 원천자의 태도를 지녀야한다.
애초에 나는 '세상은 요지경'이 오리지널을 그리워하며 짜가를 탄식하는 노래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세상에 대한 개탄이라고 여긴 것은 내가 치우친 방향 때문이었고 가사가 말하는 것은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살 뿐이다라는 것 아닌가. 그리고 이 잘났단 평, 못났단 평 모두가 짜가 속에 있는 태도이다.
 
가사를 맡은 조명암은 시인이자 작사가로 일제강점기 시절의 1913년 출생했다고 한다. 신신애씨의 앨범은 1993년에 나왔지만 작사가가 1948년 월북을 했으므로 35세 전에 쓴 가사일 것이다 라고 추정하며 연보를 더 검색해보았다. 언제 쓴 가사인지는 역시 모르지만 오히려, 신신애씨의 '세상은 요지경'이 1939년 김정구가 부른 '세상은 요지경'에 대한 표절시비에 휘말린 것을 알게 됐는데 1993년 앨범이 발표되고 몇달 뒤의 기사로 그때분들은 꽤 아는 이야기인 것 같다. 신신애씨측은 어릴 적 들은 노래를 기억해가며 새로 쓴 것으로 표절은 아니라고 대응했다고 하며 그 후의 이야기는 알 수 없다. 이렇게 되고 나니 가사를 새로 검색해야했고, (앉은 자리에서 이 모든 정보를 찾을 수 있다는 것에 조금 경악했지만 기쁘다..) 앞서 알던 가사가 너무나 짧아 아포리즘격이라 아쉬웠는데 이번에 알게 된 원곡 즉 오리지널^^의 가사는 길고 기니 좋다. 오리지날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요지경 속이다 요지경 속이다 /세상은 요지경 속이다
생글 생글 생글 생글 아가씨 세상/벙글 벙글 벙글 벙글 도련님 세상
얘 얘 얘들아 내 말 좀 듣거라/얼굴이 잘나면 잘나서 살고
못난 사람은 제 멋에 산다/얼싸 음마 둥개 둥개 아무렴 그렇지 둥개 둥개
싸구려 판이다 싸구려 판이다/세상은 싸구려 판이다/
찰랑 찰랑 찰랑 찰랑 막걸리 술잔/지글 지글 지글 지글 매운탕 안주
얘 얘 얘들아 내 말 좀 듣거라/곱배기 한 잔에 웃음이 가득
삼팔 수건에 추파가 온다/얼싸 음마 둥개 둥개 아무렴 그렇지 둥개 둥개
물방아 속이다 물방아 속이다/사랑은 물방아 속이다
둥글 둥글 둥글 둥글 뜨내기 사랑/뱅글 뱅글 뱅글 뱅글 뚝배기 사랑
얘 얘 얘들아 내 말 좀 듣거라/홀애비 사정은 과부가 알고
처녀 사정은 총각이 안다/얼싸 음마 둥개 둥개 아무렴 그렇지 둥개 둥개
<세상은 요지경 : 노래 김정구 >
 
-관련링크
경향신문_1993.9.22일자 '세상은 요지경' 표절시비 기사 http://bit.ly/ZDskHw
디씨인사이드_'세상은 요지경, 그래도 원조는 있다.' 이준희 글  http://bit.ly/ZQCP9y
위키피디아_작사가 조명암  http://bit.ly/WYAsoo
남인수 블로그_김정구 노래의 '세상은 요지경' 가사 및 듣기 http://bit.ly/Xudbp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