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것

입술은 복합적이다. 코도아니고 턱도아닌 상태.

20120808-나는 김밥을 좋아하지 않는데 (10/9 부분 수정)

어떤 것이 많을 때, 그것의 천국이라고 이름 붙이곤 한다.
혹은 그것과 밀접한 관계-그것을 필요로 하는 상대의 천국이 되기도 하고,
예를 들어 도토리가 되게 많다면
도토리천국이라 하거나, 다람쥐천국이라 하는거지.

예외로 생각나는 것이 길가며 스쳤던 낚시용품점 간판인데, 붕어들의 천국이라 적혀있었다.

붕어들의 천국.

붕어 낚는 도구가 잔뜩한데 붕어들의 천국이란다.
뭐 사실 이런 혼재야 돼지고기 집의 간판에 요리사복을 입은 돼지라든가,
치킨집 상표에서 닭다리를 들고 웃는 닭 그림으로 흔하니 다시 짚어 길게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붕어들의 천국이 특히 거슬리는 것은 낚시라는 행위 때문인데,  낚시는 그러니까 사냥이고, 사냥은 돼지고기나 닭고기 식품을 사는 것과 느낌이 아주 다르다는 것. 그것은 붕어의 죽음과 맞닿아있는 것. 그리고 붕어들'의' 천국이라고 함으로써, 빼앗긴 뭔가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낭만을 담아 묶어버린 것. 뭐 이차저차해서 매우 불편하다.

천국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편한대로 사용되므로,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아이러니가 마구 쏟아져 그것들을 맞춰보는 것이 즐겁다.

내가 입시를 할 때 깁밥은 1000원이었다. 참치김밥과, 일반김밥사이에 매번 고민했었다.
참치김밥이 입에 월등한데, 가격도 월등하니까 좀 고민을 했던 거다.
입시학원이 있던 주엽역 근처 김밥집은 두 곳이었지만 나는 다 한 가게였는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김밥천국과, 김밥나라로 달랐더랬다.
천국이든 나라든 김밥집은 주홍색 간판에 즉석김밥 1000원 이렇게 써있는 식의-
워낙 비슷한 인테리어에 비슷한 메뉴이니 구별 못할만 하다.
그런데. 김밥천국과 김밥나라.
천국과 나라를 구별 못했던 점이 또 재미있다.

두루뭉술하게 엮어놓고, 재밌다! 하는 것도 좋지만 자체동력으로 글쓰는 만큼 스스로를 견인해서 좀 물고늘어져보자면.

김밥천국은 1995년 인천 주안동에서 시작되어, '김밥천국'과 '정 김밥천국 즉석김밥since 1995'를 등록상호한 곳이 원류인 것으로 결론지었다.*
*특허정보넷 kipris.or.kr 키프리스에서 확인

찾아본 바대로라면 김밥천국은 기업이 아닌 개인 음식점으로 시작, 성공하게 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경영비법을 알려주며 점포를 늘려가다가 김밥천국으로 상호를 통일해 프렌차이즈를 발족시킨 경우이며
김밥나라는 찾다보니 동일 상호를 사용하는 곳이 워낙 많고 시기가 섞여있어 원류가 헷갈리고 그러다보니 결국엔 재미가 없어져 그만 두지만 천국 다음임은 확실한데
그러니까 김밥 프렌차이즈는 김밥천국의 성공에 의한 줄타기로, 프렌차이즈 기업들이 줄줄이 런칭한 것이 대부분인 것. 천국이 나라보다 먼저인 것만 아니라 신의 천국 이후, 맘몬이 천국과 유사한 모습을 띈 나라를 발족시켰다고 뭉뚱그리면. 역시나 재미 덕에 아찔해진다.
천국과 나라를 구별 못하는 것은 맘몬의 나라가 천국을 충실히 모방했기 때문인 셈이 되고말이다.

천국은 죽은 뒤에 가는 곳이지만 이렇게 상호로 사용되는 천국은 사후세계보다는
지상낙원에 가까운 느낌으로, 그 곳은 몸을 가진채 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곳이 된다.
가끔의 우스개로, 천국엔 가고 싶지만 죽고 싶지는 않다. 뭐 이런.
분명히 죽음이 전제되야할 천국조차 현실의 우리가 편할 수 있는 곳으로 상상하는 이 것은.
천국의 나라로의 도래이자 맘몬의 우세이다.

...

사람이 죽어 흙이 되고, 그 흙에서 시금치가 자라서 김밥으로 말리면,
현재 내 상태에서 그 김밥은
돈에 팔리고 만다.

그것을 먹고 튼튼히 살아갈 사람을 기대하지 못하고 자꾸만 그렇게 생각하고 만다.
팔려나가고 만다.
이건 재미가 없다.
나는 김밥을 좋아하지 않는데.


너는 거울 볼때도 그런 표정일거야.
그리고 나는 그런 표정이 아주 좋아
너 눈을 그릴때 아찔아찔했어.

그렇게 멍때리면 좋고만다




당신 눈이 징그럽게 큰 게 송아지 같아.
당신은 이마부터 턱까지 골격을 그대로 드러내네, 당신 뼈만큼만 솔직해봐.
당신 휜 코를 그리다가 나도 휘어버리는 줄 알았어.
정신이 말이야.
알아. 한 잔 했지? 늘 그렇듯이?



강한빛에 눈꺼풀은 꿈찔대고
이빨이 입술을 밀어내며 비죽히
지금 웃는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