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입니다.

집에 들어가는 문을 열면 쾌쾌한 습한 냄새가 찡합니다. 실제의 우리집에 도착하기엔 두 개의 문이 더 있는데, 하나는 늘상 열려 있다가 가끔 주변의 불길한 소식에 잠기는 문, 또하나는  집의 사각형을 지켜주는 문으로 역시 늘상 열려있는 문입니다. 어쨌든 두 문을 더 지나서 집에 도달하면 사실 아까만치 쾌쾌하지 않습니다. 쾌적해진달까?
오늘은 얻어마신 맥주가 꽉 차 집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향합니다. 화장실로 가기 위해 사각형의 다른 쪽 문을 열고, 슬리퍼를 발끝에 걸고 부랴부랴 뛰었죠.
사실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저는 쾌쾌한 냄새를 맡음과 동시에 이 글을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이런 상황을 적을 자격이 내게 있는양 생각했습니다.
어떤 상황을 맞이했을때 내게 거기에 대한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서 말을 하고 있다면 나는 이미 하나의 기단 위에 서있습니다. 남들은 기단 아래의 평소에 서있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그곳은 보다 양지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제가 서있는 저의 기단, 그것은 적당한 궁상으로 정말의 궁상은 정말로 고난인데, 제게 있는 적당한 궁상은 그것으로 시비를 가리거나, 푸념거리거나. 여유시간을 소일할 건덕지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진정으로 극복할 실제의 무엇을 가지려하지 않고, 계속해서 주억거리며 퉁기고. 퉁긴것에 자빠지고, 자빠진 것을 끌어안고 왜인지 글썽글썽 울기만 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적당한 궁상의 끝에 그림을 그린 뒤에, 모든 것이 그림을 그리는 동력이 되어주었다 하면. 와, 진정성이 획득되고 있습니까?

언제까지 어린 심성이 솔직함을 무기로 든 채 자기의 삶에 삐져있을까요.



다른 것을 기대하고 방문하신 분들께 이것마저 봐달라고 말씀드립니다. 그 반응이 무엇이든 제게 그 이후를 보여주시는 겁니다.

엷은 반측면2 _보드지에 먹, 연필, 목탄 가루_지금 33cm_2013

월간이리 9월호는 테오 얀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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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관과 셀로판 테입, 밧줄, 패트병등의 재료를 이용해 해변가를 거니는 기묘한 물체일군을 만드는 작가 테오 얀센입니다.

이번 글에선 작가의 작업 중심으로 성실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사실 이 작가의 작업을 통해 좀더 다른 측면에서 글을 쓰고 싶었는데 달리 풀리질 않아 정보가 위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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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얀센 (Theo Jansen)

나름 연재라고 하는데 예술가 12명 꼽기가 쉽지 않아서 쩔쩔매는 채로 9월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가 분은 처음부터 꼭 하고자 꼽아두었던 작가로 깜빡 잊고 있다가 떠올라서 몹시 다행합니다.
처음 테오 얀센의 작품을 접한 건 관심작가 발표가 있던 대학교 수업에서로 아마 2008년도, 그러니까 이 작가, 테오 얀센의 전시가 한국에서 있기 전이었습니다. 전시는 2010년도에 있었거든요. 2008년 당시 발표자는 해변에서 뭔가 기이한 조형물이 움직이는 영상을 보여주었는데, 화질이 너무 나빴고, 발표자도 가진 정보가 많지 않았습니다. 페트병을 재활용한 친환경적인 작업물인데, 얘네가 막 해변가를 혼자서 움직여요-라고 했죠. 그런데도 강력하게 기억에 남은 것은 ‘페트병’, ‘얘네가 혼자서 움직여요’ 이 두 포인트 때문이었어요.

‘페트병’
테오 얀센은 물리학을 전공하고 예술가로 전향한 작가입니다. 그의 작업은 키네틱 아트로 분류되는데, 움직이는 조각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광기라든가 예민함을 전한다기보다 장인의 뛰어난 기술 부분으로 깊이 닿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뭔가를 만들고자하는 목적을 가지고 그 목적에 맞는 도구를 고안할 수 있는 사람. 자신에게 적합한 재료를 발견하고 그것을 심화시킬 수 있는 사람에겐 그 고안해내는 능력의 뛰어남과 함께 그가 고안한 도구에서도 미의식이 담기게 되어 있습니다. 그가 선택한 재료도 그 목적에 훌륭하게 부합하는 것으로 동시에 아름다움의 가능성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죠.
제가 페트병에서 포인트가 잡혔던 것은 플라스틱 관이 중심적으로 사용되는지는 몰랐던 상태였기에 그런 것입니다. 분명하게 짚고 가자면 작가가 작품을 만들때 주로 쓰인 재료는 플라스틱 관입니다. 훌라후프와 비슷한 재질의 요.
작가는 바닐라색 플라스틱 관과 페트병 등을 이용하여 해변가에서 바람을 맞으면 움직여 다니는 뭔가를 만듭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해변동물이죠. Strandbeast 또는 아니마리스.
해변동물은 무척 섬세하게 움직입니다. 그것은 전기나 석유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해변가의 바람을 먹고, 모터와 바퀴가 아닌 다리와 날개를 가지고 걸어 다닙니다. 사용된 재료 중 하나인 페트병은 플라스틱 공업물로 그 형태도 단순하고 우리의 주변에 널려있잖아요?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페트병은 플라스틱 주형 기술이 이룬 고도의 산물입니다. 그것은 뭔가를 담고 밀폐할 수 있으며 여간해선 깨지거나 터지지 않고, 게다가 가벼운데 심지어 투명하죠. 잠재력 높은 저력 있는 재료인 페트병이 선택되어 대표적인 용도는 해변에서 부는 바람을 모아 압축 보관하는 것입니다. 늘상 있어서 쉽게 생각하지만 사실은 귀한 것이 귀한 곳에 쓰였다 뭐 이런 류의 기쁨을 느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재료에 대해 좀 더 얘기를 해볼게요. 테오 얀센은 일종의 규칙을 두고 자신의 해변생물을 만드는데, 플라스틱 관만을 이용한다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생물체가 단백질로 이루어져있듯이 자신의 작품을 한 가지 재료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서라고 합니다. 단백질은 다양한 변형이 가능하고 여러 목적을 담당할 수 있는데 플라스틱 관도 그렇다는 것이죠. 그가 선택한 바닐라색 플라스틱 관은 이미 있는 도구와 그가 고안한 도구를 통해 다양한 변형이 가능해지고 그래서 머리가 되고 척추가 되고 촉수가 되고 발굽이 되어 전신을 이룹니다. 작가는 자신이 해변동물에게 구현시키고 싶은 동작에 한계를 맞자 다른 여러 재료도 포함되었으나 일련의 미감은 유지하는 채로 발전합니다. 셀로판테이프, 케이블 타이, 페트병, 고무링, 밧줄 등은 그 형태를 보는 것으로 목적을 파악할 수 있는 직관적인 재료들이죠. 후기에 나무로 만들어진 파레트를 사용하는데 그 해변동물은 마치 코뿔소같습니다.

‘얘네가 혼자서 움직여요’
작가가 만든 무언가가 손을 떠나 스스로의 생존방식을 유지·발전시키며 파괴되기 전까지 충분히 오랫동안 동작한다면 그 장치를 생명체 내지는 생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겠죠. 단지 생물 같은 장치일 따름입니다. 하지만 충분히 뭔가를 부여할 여지가 있는데요. 해변이라는 바람이나 바닷물, 단단하지 못한 지반의 변수 많은 공간에서 계속해서 동작하기 위해선 군더더기 없는 형상과 원리를 구현해야 하고, 그것에 성공하면 비록 외관은 플라스틱 관의 다발이라도, 그것이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큰 미적인 쾌감을 주는지 그래서 기쁜 맘에 그 것에 생명을 부여해버릴지도 모르는 것이죠. 그렇게 테오 얀센은 자신의 작품의 꼭대기부터 기름을 붓고 이름을 지어줌으로써 생명을 부여했습니다.

“해변동물은 왜 움직여야할까? 움직임은 동물의 성질이다. 예를 들어 양에게 다리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리가 없다면 양은 들판에 누워 뒹구는 양털 공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 머지않아 양 주변의 풀은 뿌리째 다 먹히고 말 것이다. (중략)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걷기가 생명체의 특성이자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는 점이다.”
테오 얀센_위대한 공상가 63p

그래서 해변동물은 열심히 걸어다닙니다. 해변에서 바람을 맞으면 앞으로 가거나 뒤로 가고, 물에 닿으면 뒷걸음질치고, 폭풍우가 치면 자신의 몸을 해변에 고정하고, 바람이 없으면 몸에 저장해둔 공기를 이용해서 다시 움직이고, 때로는 모래를 몸에 발라 위장을 하는 그런 활동을 하면서요.
해변동물은 사용되는 재료나 메커니즘의 변화에 따라 연대기가 달라집니다. 그 명명도 무척 재밌는데 단적인 예로 칼리둠 시기와 테피데임 시기가 나눠진 이유는 플라스틱 관을 구부리는데 사용한 열기구의 온도에 따른 것으로, 칼리둠 시기는 열기구를 고온에 맞춘 채로 관을 구부렸다면 테피데임 시기에는 저온에 두고 구부린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온도를 바꾼 이유는 고온에서 구부린 다리의 관절이 금세 상해버려서 저온이 적당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고요.
테오 얀센은 1990년 자신의 해변동물을 만들기 시작한 일을 이런 식으로 말을 합니다. 해변동물이 자신으로 하여금 만들기를 종용했다고요. 테오 얀센을 통해 해변동물은 세상에 등장하여 성공적으로 발전하고 다양해지고 순회 전시도 다니고, 그리고 BMW의 이미지 광고에 등장하여 수백만의 사람들의 정신에 남았다고요. http://youtu.be/M5GgZ-RfpD8 본 링크를 통해 광고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위대한 몽상가’라는 제목으로 그의 작업과 관련한 잡기에 대해 직접 쓴 책을 추천합니다. 저는 그의 해변동물에 사용된 도구-예를 들면 관 절단 장치와 같은 것들 직접 만든, 나 해변동물의 관절, 발, 등의 신체 부위의 기록사진을 보면 두근두근한 기분이 됩니다.

접기
엷은 반측면_연필, 목탄가루, 먹_지름33cm_2013

찾은 얼굴_종이에 연필, 목탄가루_29.7*42cm_2013

찾은 얼굴_종이에 연필, 목탄가루_29.7*42cm_2013

찾은 얼굴


wanted로 찾은 얼굴_종이에 연필,목탄가루_29.7*42cm_2013





오랜만의 찾은 얼굴입니다. 검색어는 wanted 입니다. wanted people/person/ /woman/man/... 등을 덧붙여서 추린 겁니다.

이번엔 0.5짜리 샤프심을 썻기때문에 획에 강약을 줘가며 획획내지른 느낌보다는 비교적 일정한 두께의 선으로. 그러니까 ㅅㅓ-언선한 느낌으로 그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