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라이더 (1)


설 연휴를 맞아 일을 쉬었다. 일 가는게 더 좋은데. 가게가 쉬니 나도 쉬어야했다.
일할 집중을 다른 데에 쏟기 위해 손꼽던 글라이더를 만들었다.

손꼽던 글라이더.
내 손으로 잘 만든 글라이더를 날리는 것은 어릴적부터 바랐던 것이었다. 과학의 날 행사로 어렸을때 두 세번 만들어봤던 것은 다 고무동력기였다. 매번 글라이더의 세련됨을 부러워하면서도 막상 문구점에선 고무동력기를 사버렸기 때문이다. 고무동력기가 뭔가 더 복잡해보여서 그랬던 것도 있고  글라이더라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서 그랬던 것도 있고.
학생때 제대로 못 만들어 아쉬운 맘으로 언젠간 하자라고 생각하던 그것을 이제사 만들었다는 거다. 발사나무로 된 모델 중에서 친근한 가격의 V(보이져)-5라는 모델을 샀는데 창작형 글라이더라고 써있었기에 나는 기본 뼈대를 바탕으로 창작이 가능한 것을 상상했으나, 설명서대로 만드는 것에도 종종 '창작'자가 붙는 다는 것을 다 만들고서 깨달았다. 이런 종류에 쓰이는 창작에 대해선 언젠가 써보도록 하자.
글라이더를 만드는 동안 기분이 좋았다. 만들던 중에 은행으로부터 우편을 받아 몸이 안좋아졌으나 글라이더를 다 만들어 기분이 마저 좋았다. 겨울의 날씨와 나의 나이로는 나가서 날릴 맘이 나지 않았으나 애초에 바깥에서 날려볼 맘이 없었기에 상관 없었다.
분명히 이 글라이더는 매끄러운 곡선을 그리며 잘 날거라고 거실에서 조심히 날려보며 생각했다. 분명히 잘날테지 생각하며 글라이더를 벽에 걸어두었다.

아, 글라이더.
글라이더가 훌륭히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고,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비행하는 것을 보고싶어하지만 시도해보지 않고 원래 날려보려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그러함이 마치 여태의 내 인생(을 대하는 나의 태도) 같아서 씁쓸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 글라이더가 인생의 씁쓸함으로.

글라이더에서 인생을 대하는 나의 *지레한 태도로 이어간다.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 또는 어떤 기회나 때가 무르익기 전에 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