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릿세로 지불한 커피

‪2층의 창가로 자리를 정하곤 굳이 홀 쪽으로 몸을 돌려 앉았다. 주말의 서울을 붐비는 곳곳 골라 헤맨 뒤 사람들 모인 것 보기싫어 한숨이 나오는 판에 이제사 앉은 카페에서조차 앉은 각각을 눈에 들이는 이유는 글쎄 오후 네시의 밝음이 조금 부담돼서.
밝음이 눈에 버거울때 해를 등져보는 거예요. 해한테 말에요 내가 삐졌노라 몸을 돌려버리면, 살살 달래주는 해탓에 등이 따듯해지며 오장 육부가 슬그머니 자리를 찾아가죠.
네, 슬그머니요. 내가 맘이 이렇게 상했는데 말에요. 한 번에 풀릴 수야 있겠어요?
자릿세로 지불한 커피로 선뜻 손이 가지 않을 만큼 나는 맘이 상했단 말예요. 목이 단단하게 굳었고 어깨자리는 욱신대는데 맘이나 추스를 셈으로 글 따위를 적고 있는 참이라구요.
작은 화가 몸을 불려 큰 서운함으로 맘을 차지하고 나면 그에 밀려 저 구석에 박힌 나는 이내 설움이 돼버리는 응어리따위. 이것 차라리 쉬운 것.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글줄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일기를 적거나 하며 시간을 꾹꾹 채워보냈다. 기다림에 지쳐 조바심이 나고 이내 짜증으로 가득 차 정작 그 누구를 만났을 때 반기지 못하는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기다림이란 단어를 잊은, 내 시간을 채우는 나의 능동이 자랑스러웠다.
기다림을 잊는 것이 그리움을 잊는 것은 아니기에, 나는 너를 반가워할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너를 기다리는 시간, 네가 올 때까지라는 한시적 시간을 이일 저일 하며 채우는 와중 문득문득 너를 그리워 하는 일로 내게 너의 공백이 차오른다.
기다릴 새 없이 같이 있던 우리가 서로의 공백을 잊었을때.
너도 물러나줬으면 하는 맘으로 마지못해 물러났을때. 나는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딱딱한 벽이 되어 등을 보였다. 마지못한 사과를 전시한 채.
네가 읽을수도 있지의 가능성이 동기가 되어 글을 시작했지.
너인지 몰랐던 너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가능성에 밤거리를 헤맸던 시간들을 떠올린다.
내 맘이 향할 방향이 되어준 그래서 몸이 가야할 곳에 헤맴 없이 향하게 한.
시시마다 너여서 넘어왔던 언덕들을 잊지 않는다. 그에 비하면 둔턱에 걸려 넘어지는 이 충돌은 사소하지 않니, 우리가 이인삼각 중이라면.
잠시 너를 기다리는 시간을 가져요. 나는 등에 해를 받는 따듯하고 푹신한 구름으로 부풀어.
너를 기다리는 것으로 시간을 채운다. 주머니 속 종이봉투에 군불에 구워진 단내 나는 밤 세 알. 네 알은 내가 먹었지롱.